2023년 미디어업계, 이것만은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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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에는 더 나은 저널리즘과 더 나은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미디어오늘이 이를 위해 필요한 미디어업계의 주요 해결 과제를 8가지로 정리했습니다.-편집자주

불법적 기사형 광고에는 상응하는 대가를

광고자율심의기구가 지난해 인쇄매체에서 잡아낸 불법적 기사형 광고는 1만1187건, 온라인 매체의 경우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광고를 기사처럼 속여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기사형 광고 문제는 법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이다. 21대 국회에선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홍성국 의원 대표 발의)과 기사형 광고 미고지 적발 시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조항을 부활시키는 신문법 개정안(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 기사형 정부 광고 미고지 적발 시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김의겸 의원 대표 발의)가 나왔으나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과 별개로 언론계는 ‘저열한 돈벌이’ 방식에 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과징금’ 이상이 필요하다

돈을 받고 병원을 홍보하는 의료프로그램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피해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병원 측에서 이미 프로그램을 다 제작해와 케이블 채널에 돈을 주며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각성을 인정해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방송사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방심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해봤자, 어차피 병원과 방송사 사이 프로그램 유통 역할을 하는 ‘에이전시’가 과징금을 대신 내준다”는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이라면 과징금마저 무의미하다. 현실은 과징금 제재와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편성이 반복되기만 하는 상황. 시청자 피해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안이 필요하다.

노동자 갈아 넣는 드라마 산업, 이젠 달라져야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 확산, 노동시간 제도 변화, OTT 플랫폼 영향력 증가 등 최근 드라마 제작 환경이 급변했지만,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은 여전히 ‘노동자를 갈아 넣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 총괄로 일하다 세상과 등진 이힘찬 PD는 “모든 게 버겁다”는 한 마디를 남겼다.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조연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배우 강기둥과 공승연은 수상소감을 통해 “지금은 별이 된 이힘찬 PD님께 이 상을 바치고 싶다”며 그를 추모했다. 노사 공동조사위는 고인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제작사 스튜디오S는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구조적 문제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바닥은 원래 그래’라는 말로 당연시됐던 장기간 노동 관행 등을 부디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세금으로 집행된 ‘도둑 광고’, 올해는 실체 밝힐까

신문업계에는 ‘도둑광고’라는 관행이 존재한다. 정부·공공기관이 신문사에 광고를 싣지 않는 대가로 광고비를 집행하는, ‘광고 판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관행은 올해부터 중단될 전망이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도둑 광고가 있었던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도둑광고 규모는 수십억 원. 국민 세금이 신문사로 흘러갔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체 도둑광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신문사와 공공기관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정부광고 전수조사 결과다. 결과가 공개된다면 어떤 신문사와 광고주가 주도적으로 도둑광고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조사 완료 수개월이 지났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광고주·신문사와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방송사 고용 회피, 그만!

2022년은 어느 해보다 언론사들의 비정규직 고용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진화한 해였다. 지상파3사는 자사 방송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근로감독 결과와 부당해고 판결에 원래 자리가 아닌 ‘방송지원직’, ‘별정직’으로 고용했다. MBC 등 작가들은 직제상 ‘직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CBS는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부당해고 판결이 나오자 그를 다시 프리랜서로 불러들였다. MBC, CBS, UBC울산방송 등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불복 소송에 나서는 움직임도 관행화했다.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 전환하라 하자 자회사를 만들고, 직고용하라고 하니 일부만 ‘특정직’으로 만든 KBS미디어텍 역사가 되풀이됐다. 이런 KBS 대응은 240억 배상 판결로 돌아왔다. 왜 방송사만 고집 부리며 변하지 않으려 하느냐고 시대가 묻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의공영성 유지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YTN의 공기업 지분 30.95% 전량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대주주였던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는 정부 권고를 받고 지분 존속 계획을 뒤집었다. 역대 정부가 YTN 매각을 입에 올렸지만, 매각 안건이 두 공기업 이사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기업이 대주주인 보도전문채널이 출현하게 된 것. 한국경제(범현대·삼성·SK·LG가 대주주), 한국일보(동화그룹이 대주주) 등이 인수 의향을 비치면서 재벌 대기업 등 민간 자본이 보도채널을 손에 넣으려는 각축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YTN 구성원과 언론운동·시민사회에서는 보도채널의 공공성을 유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상파방송인 YTN라디오와 YTN사이언스, DMB 향방도 주목 대상이다.

개인정보 팔아넘긴 방송사,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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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머니톡’으로 드러난 기만적 방송영업 관행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2020년 방송된 ‘머니톡’은 보험대리업체로부터 협찬금을 약속받고 제작돼 시청자 개인정보를 업체에 넘기고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 방송법 위반으로 올해 과징금을 냈다. ‘무료상담’을 통해 얻어낸 3만여 건의 개인정보는 약 7~8만 원에 판매됐다. 이외에도 채널A, SBS비즈, OBS 등의 방송에서 1만~4만 건이 넘는 시청자 개인정보 유용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방통위는 EBS에 개인정보 침해 방지를 골자로 하는 재허가 조건을 부가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를 둘러싼 국내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머니톡의 경우 자신이 피해자인지 몰라 소송이 어렵고 수십억 원 규모의 수익에 비해 과징금도 1억 단위로 현저히 적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에 민감한 유럽보다 국내법이 느슨한 것이 사실이라며 충분한 고지 제도 도입과 ‘과징금 강화’를 시급한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공영방송 정치 독립, 올해가 마지막 기회

공영방송의 정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이 지난해 12월2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35년 만의 일이었다. 법안은 KBS·MBC·EBS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여야 거대 양당이 나눠 갖던 이사 추천권을 학계·현업단체 등으로 분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 사장은 이사회가 구성한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2~3인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의결하는 방식으로 달라진다. 법안은 법사위에 멈춰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노골적으로 공영방송 장악 의사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지금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열망이야말로 법안 통과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