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하극상’에 외롭게 맞선 추미애와 조국의 ‘부활’

재원 :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한 탓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하극상에 맞서 외롭게 싸웠던 추미애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상처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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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 호위무사' 제쳐…"혹독한 심판"

추미애 전 장관은 10일 치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하남갑 후보로 나서 국민의힘 이용 후보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이 후보를 제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추미애 후보는 5만1428표(50.58%), 이용 후보는 5만229표(49.41%)를 각각 얻었다. 그 격차는 1199표(1.17%포인트)였다.

특히 한국체육대 출신인 이용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아 '호위무사'라고 불리는 인물이어서 추 후보로선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꼭 잡아야 하는 상대였다. 추 후보에겐 이번 선거는 악연이 깊은 윤 대통령과의 설욕전을 앞둔 스파링의 성격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초강성 우파 기독교 정당인 자유통일당의 주옥순 후보가 사퇴하는 등 이용 후보로의 막판 보수 결집 움직임이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돼 예상과는 달리 꽤 고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추 당선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혹독한 심판이었다. 제대로 해달라는 꼭 이겨달라는 간절함이 묻어있는 선거였다. 박빙의 결과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조직적인 관권선거 속에서 결국은 국민이 이겼다는 것이고, 하남시민이 승리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첫 여성 국회의장 유력 추미애 "국민 따를 것"

6선에 성공한 추미애 당선인은 오는 5월 30일개원할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크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에서 맡고, 2명이 전, 후반기 2년씩 나눠 선출된다. 그가 국회의장이 된다면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 된다. 이에 대해 추 당선인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등 민생을 거부하고 불법과 비리, 특권과 반칙을 옹호하고 조사를 거부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회가 이것을 제대로 똑바로 일해야 한다는 민심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이다. 제가 그런 소신과 사명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추 당선인은 특히 여야 협의와 중립을 구실로 역대 일부 국회의장들이 법안을 포함한 주요 안건 처리에 수동적이었던 점도 비판했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계파가 좌파도 우파도 아니듯 국회의장도 당연히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며 "중립이라면서 그냥 가만히 있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당선인은 "지난 국회를 보면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의장 손에 의해 좌초되는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국회가 대의기구로서의 혁신과제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이지 야당 말을 들어주느냐 여당 손을 들어주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 뜻을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추미애 법무 장관을 상대로윤석열 검찰총장이 항명하고 추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를 뒤지며 하극상을 벌일 때 국무총리이면서도 둘 사이에서 모호할 태도를 취하며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일방 사퇴를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는 새로운미래 대표인 이낙연 후보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선거비 전액 보전 득표율에도 못미치는13.84%를 얻어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24년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친윤 검찰'과 악연 이성윤·박은정·차규근 입성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과 정면 승부를 별러온 민주당의 전주을 이성윤 후보도 60%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당시 이 당선인은 최강욱 전 의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세 차례 받고도 결재하지 않았고,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도 한동훈 당시 검사장(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수사 등을 놓고 윤석열 총장과 충돌했다. 그렇게 윤석열 검찰 사단에 '찍힌' 그는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현직 서울중앙지검장 최초로 기소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는 등 온갖 탄압과 수모를 겪었다. 대표적인 선거 공약에는 디올 백 수수, 양평 고속도로 변경 추진, 코바나컨텐츠 등 국민적 의혹 사건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함께 묶어 수사하는 '김건희 종합 특검법' 관철과 '윤석열·한동훈 특검법' 발의, 그리고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 검찰 개혁 등이 있었다.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그는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시대 정신이자 정의다. 윤석열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법률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는 권력의 사유화이자 국정농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여 의혹, 양평 고속도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 온갖 권력형 비리 의혹이 그 중심에 있다. 국정 난맥상을 원위치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조국 "윤 정권 심판…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

멸문지화를 겪은 조국 전 법무장관도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로 거듭났다. 조국당은 지난 2월 13일 창당 선언 이후 약 두 달 만에 24.25%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12석을 갖춘 원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그동안 정의당이 채워주지 못한 대중적 진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란 기름에 조국당이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과의 물러서지 않는 싸움이란 불씨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공약이 22대 국회 개원 즉시 발의할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 관권선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 등이다.

조 대표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출구조사 발표 뒤, 감사 말씀을 통해 "국민이 승리했다. 국민들께서는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들이 바로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행동하겠다"며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조국당에선 '친윤 검찰'에 미운털이 박힌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비례후보 1번)과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비례후보 10번)도 국회에 동반 입성하게 됐다. 검사 재직 시 늘 불의에 맞섰다는 평가를 받은 박은정 당선인은 지난 3월 자신에 대한 법무부의 해임 징계에 대해 법무부 감찰담당관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감찰했던 게 징계 이유로 보고 있다. 차규근 당선인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피해자다.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이 변장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한 것을 포착하고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2021년 4월 불구속 기소됐으며 2022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령한 뒤 직위 해제했다. 그런 일을 겪으며 '검찰 개혁의 투사'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