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 ‘중립성’ 경시 논란

재원 :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후보에 나서며 중립성 보다 민심 또는 당심에 따라야 한다고 경쟁적으로 주장해 논란이다. 이에 당내에서도 이렇게 일사분란한 모습이 정치는 아니라는 우려(박지원)가 나왔다. 국회법엔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ai 투자 : 현재까지 국회의장 출마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들은 추미애 당선자와 조정식, 정성호, 우원식 의원 등으로 모두 친명이다. 국회의장 중립성 논쟁에 불을 당긴건 당내 최다선인 6선에 오른 추미애 당선자다. 추 당선자는 지난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파가 좌파도 우파도 아니듯, 국회의장도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국회의 사례를 들어 추 당선자는 “중립은 가만히 있는다든가,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각종 개혁입법이 좌초되거나 의장 손에 의해 알맹이가 빠지는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입법 그 자체의 대의기구로서의 혁신과제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인 것이지 여당 말을 들어주느냐 여당 손을 들어주느냐 그런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24일엔 “초당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6선에 오른 조정식 전 사무총장(현 5선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심’을 내세웠다. 국회의장에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심히 잘하라’고 했다는 조 전 총장은 ‘명심은 나한테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저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조 전 총장은 국회의장 출마 사유를 두고 “이재명 대표와 당과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될 때 제대로 싸우고 또 성과를 만들 때 제대로 국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며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정확하게 관찰해 성과로 만드는 게 의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조 전 총장은 “당적을 내려놓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만 의장을 배출한 민주당 내에서 구성원들과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이 만약에 불신을 하는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저는 언제든지 의장직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5선에 오른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현 4선)도 23일 “의장의 중립이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에 대해 보이지 않게 (그 바닥을) 깔아줘야 할 책임도 있겠지만…”이라고 언급했다. 정 의원은 국회법상 당적을 벗어나야 하는 것을 두고 “구체적인 내용은 있지 않고, 정치적인 의미여서 거당적으로 국민과 국민 민복을 위해 국회의장의 역할을 하라는 그런 의미”라며 “결국 그건 입법 성과로 나타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5선에 오른 우원식 의원(현 4선)은 25일 국회의장 출마선언문에서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도 넘어서겠다”며 “옳고 그름의 판단과 민심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사법권 남용, 거부권 남발로 훼손된 삼권분립의 정신과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것이 국회와 국회의장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회법은 제20조의2(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의 제1항에서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며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른 정당추천후보자로 추천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의원 임기만료일 90일 전부터 당적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당적 이탈한 의장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소속 정당으로 복귀한다고 규정했다. 당적 보유 금지 규정은 지난 2002년 3월7일에 신설되어 22년 넘게 유지돼왔다. 이 조항은 소속 정당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과 독립성을 갖고 국회 운영을 하면서 삼권분립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같은 민주당 의장 후보들을 두고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박지원 전남 목포 국회의원 당선자는 2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 정신이 국회의장의 중립성이며, 이것을 강조를 해주는 것이 정치이지, ‘나는 민주당에서 나왔으니까 민주당 편만 들 거야’,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이렇게 쏠려서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쓴소리했다.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도 박 의원은 “현재 원내대표 경선이 5월3일인데, 당선자 대회도 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서 추출 돼야지 그냥 ‘명심이 나다’, 명심팔이 하면 민심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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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적보유를 금지한 국회법을 들어 “국회의 의사정리권과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을 넘어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한다는 막중한 위치 때문”이라며 “그래서 영국이나 일본의 의장과 달리 우리는 아예 국회법으로 ‘의장의 당적보유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지금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국가 의전서열 제2위인 국회의장의 위상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며 “소속 정당의 정파적 이익에 몰두하겠다는 말들을 서슴치 않는다. 제1당 대표의 의중을 반영하는 국회 본청 출장소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이 정도면 국회의장의 직분은 도외시한 채 국회의장의 자리만 탐하고 의전만 누리려는 소인배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법 정신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장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협치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략기획위원장에 발탁된 민형배 의원은 2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차기 원내대표 역할을 두고 “1순위는 강력한 투쟁력 혹은 전투력, 2순위는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며 “협치를 앞세우면 원래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자꾸 멀어지는, 결과가 초래한다. 가능하면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고 강조했다.